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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경마공원 이전, 말산업 전체가 죽을 수도 있다?

2026-03-04 13:37
 정부의 과천경마공원 이전 계획이 재원, 시간, 산업 생태계 보존이라는 세 가지 거대한 암초에 부딪히며 좌초 위기에 놓였다. 주택 공급이라는 명분 아래 추진되는 이 계획이,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 속에서 국내 말산업 전체를 고사시킬 수 있다는 극단적인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가장 먼저 발목을 잡는 것은 천문학적인 이전 비용이다. 토지 매입비를 제외하고도 최소 1조 2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재원 조달 방안은 사실상 전무하다. 현재 부지를 매각해도 그린벨트 규제에 묶여 제값을 받기 어려운 데다, 매각 이익의 70%는 법에 따라 축산발전기금으로 환수돼 마사회가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촉박한 이전 일정도 문제다. 정부가 제시한 2030년은 경마장 부지에 들어설 주택의 '착공 목표' 시점이다. 이는 그전에 경마장의 모든 시설이 완벽하게 이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부지 선정부터 설계, 시공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대규모 사업을 불과 5~6년 안에 끝내라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전이 지연되면서 발생하는 '공백기'는 말산업 생태계의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진다. 경마 산업의 핵심인 마주(馬主) 대부분은 수도권에 거주하는데, 접근성이 떨어지는 외곽으로 경마장이 이전하면 이들의 이탈은 불 보듯 뻔하다. 마주가 말을 사지 않으면, 말을 생산하는 목장부터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구조다.

 


특히 수년간의 공백기 동안 경주마들은 뛸 공간 자체를 잃게 된다. 망아지가 경주마로 데뷔하기까지 3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새 경마장 완공 시점조차 불투명한 현실은 말 생산 기반 자체를 흔들고 있다. 경주를 위해 훈련된 말은 다른 용도로 전환도 어려워, 공백기는 곧 산업의 단절을 의미한다.

 

결국 현장에서는 이번 이전 계획이 경마 시설과 산업 구조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이 밀어붙이는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영천경마공원 건설에 17년이 걸린 전례를 무시한 채, 정부의 무리한 요구가 반세기에 걸쳐 쌓아 올린 국내 말산업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