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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카에 이어 소니카까지…빅테크의 자동차 꿈은 끝났나

2026-03-31 14:14
 기술과 자동차 산업의 기념비적 결합으로 기대를 모았던 소니혼다모빌리티(SHM)의 전기차 ‘아필라’ 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좌초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전기차 수요 둔화, 이른바 ‘캐즘’ 현상과 파트너인 혼다의 전략 선회가 결정타로 작용하면서, 야심 차게 출발했던 '소니카'의 꿈은 출시를 목전에 두고 백지화됐다.

 

SHM 측은 이번 개발 중단 결정이 모회사인 혼다의 전동화 전략 재검토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혼다가 당초 아필라에 제공하기로 했던 핵심 기술 및 자산 지원 계획을 철회하면서, SHM이 독자적으로 모델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SHM은 소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받았던 사전 예약금을 전액 환불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아필라의 좌초는 단일 기업의 문제를 넘어선,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거대한 흐름 변화를 상징한다. 최근 1년간 최소 12곳 이상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기존의 공격적인 전기차 전환 계획을 축소하거나 연기했다. GM, 포드,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 주요 기업들은 완전 전동화 목표 시점을 늦추거나 일부 전기차 공장 설립 계획을 취소하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러한 전면적인 전략 수정의 배경에는 시장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정책이 축소되거나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높은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로 인해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눈에 띄게 꺾였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막대한 투자 비용을 감당하며 불확실한 시장에 '올인'하기보다 내연기관차 생산을 병행하며 수익성을 방어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소니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려던 다른 빅테크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10년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던 애플의 '애플카' 프로젝트가 최근 공식 종료된 데 이어, 혼다와의 협력으로 가장 현실적인 결과물을 보여주던 소니마저 양산의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이는 소프트웨어 기술력만으로는 자동차 산업의 높은 진입장벽을 넘기 어렵다는 현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결국 자동차 산업은 첨단 기술 외에도 대량 생산 능력, 글로벌 규제 대응, 안전성 검증, 정비 및 판매망 구축 등 수십 년간 축적된 전통적인 제조업의 노하우가 필수적인 영역이다. 중국의 샤오미가 전기차를 출시하며 일부 성과를 내고는 있지만, 이 역시 안전성 논란에 휩싸이는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쌓아 올린 신뢰와 경험의 벽을 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를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