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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신·홍광호의 '베토벤'… 세종문화회관 전석 매진

2026-06-18 14:18
 음악가에게 생명과도 같은 청력을 잃어가는 비극 속에서도 불멸의 선율을 남긴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삶이 뮤지컬 무대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베토벤'은 단순한 위인전을 넘어 한 인간이 겪는 처절한 고독과 예술적 투쟁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2023년 초연 이후 제작진은 관객들의 피드백을 적극 수용해 대본과 음악, 무대 연출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며 작품의 밀도를 높였다. 이번 시즌은 더욱 촘촘해진 서사 구조를 통해 베토벤이라는 인물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관객들을 안내한다.

 

작품은 1810년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배경으로 신체적 고통과 세상의 억압에 맞서는 베토벤의 심리 변화를 웅장하게 묘사한다. 화려한 귀족 사회의 이면에서 홀로 어두운 방을 지키며 소리 없는 절망과 싸우는 천재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월광', '비창', '열정' 등 대중에게 친숙한 베토벤의 고전 명곡들을 현대적인 뮤지컬 넘버로 재해석한 시도는 이번 작품의 백미다. 실베스터 르베이의 세련된 편곡은 고전의 품격과 현대적 감각을 절묘하게 결합해 극의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이번 재연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베토벤과 그의 유일한 이해자인 안토니(토니) 브렌타노 사이의 관계성 강화다. 세상에 마음을 닫았던 베토벤이 토니를 통해 정서적 위안을 얻고 다시 음악적 영감을 회복하는 과정은 극의 핵심적인 감동 포인트로 작용한다. 두 사람의 교감은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을 넘어 영혼의 동반자로서 서로를 지탱해주는 묵직한 무게감을 지닌다. 토니라는 인물을 통해 베토벤의 인간적인 면모가 더욱 부각되면서, 천재 작곡가의 고뇌는 관객들에게 한층 더 가깝게 다가온다.

 

주인공 루트비히 역을 맡은 박효신은 초연에 이어 다시 한번 무대를 압도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는 청력을 잃어가는 예술가의 분노와 답답함을 호소력 짙은 음색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쏟아내며 객석을 전율케 했다. 비극적 운명 앞에 절규하는 그의 연기는 단순한 노래를 넘어 인물의 영혼을 토해내는 듯한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박효신이 고난도의 넘버를 완벽하게 소화할 때마다 극장은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와 박수로 가득 찼으며, 이는 작품의 화제성을 견인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동료 배우들의 탄탄한 조력 또한 극의 완성도를 뒷받침한다. 토니 역의 김지우는 베토벤의 상처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 강인한 여성상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극의 정서적 중심을 잡았다. 베토벤의 동생 카스파 역의 신성민은 형과의 갈등과 애증을 설득력 있게 연기해 서사의 풍성함을 더했다. 여기에 최호중, 유연정 등 조연 배우들의 안정적인 가창과 연기가 어우러져 비엔나 사교계의 복잡한 인간관계를 생동감 있게 구현해냈다.

 

뮤지컬 '베토벤'은 천재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가려진 한 인간의 고독과 이를 극복하게 한 음악의 힘을 증명해 보인다. 박효신과 더불어 이번 시즌 새롭게 합류한 홍광호가 보여줄 또 다른 색깔의 베토벤 역시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는 요소다. 세종문화회관의 넓은 무대를 가득 채운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배우들의 열연은 올여름 공연계를 장악할 준비를 마쳤다. 고전의 생명력이 현대적 무대 예술과 만나 빚어내는 이 거대한 투쟁의 기록은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